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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배꼽 잡고 웃었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싶은 영화

 

주말 저녁이면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한참 찾게 됩니다. 요즘은 볼거리도 많고 화려한 애니메이션도 넘쳐나지만, 가끔은 제가 어렸을 때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얼마 전 문득 <마스크>가 떠올랐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습니다. 짐 캐리가 얼굴을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이고, 춤추고 노래하며 온갖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데도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숨도 못 쉬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보니, 재미는 그대로인데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졌더라고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도 이 영화를 보면 나처럼 크게 웃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1994년에 개봉한 <마스크>는 짐 캐리를 세계적인 코미디 스타로 만든 작품입니다. 여기에 카메론 디아즈의 데뷔작이라는 사실도 지금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컴퓨터 그래픽과 만화 같은 연출이 더해지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기억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마스크 포스터
마스크 포스터


| 코미디

 

짐 캐리, 웃음의 기준을 바꾼 배우

 

<마스크>의 이야기는 의외로 평범하게 시작됩니다.

은행원 스탠리 입키스는 착하고 성실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늘 손해만 보는 인물입니다. 직장에서도 무시당하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신비한 가면 하나를 줍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마스크를 쓰는 순간, 스탠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아니, 사람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얼굴은 고무처럼 늘어나고, 눈알은 튀어나오고, 망치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며, 총알도 우스꽝스럽게 피해 버립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이상하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짐 캐리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뒤로 짐 캐리가 출연한 많은 영화들을 보았는데요. 이 영화가 너무 크게 자리잡아서인지 다른 영화들은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어릴 때는 영화를 보며 CG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진짜 놀라운 건 특수효과가 아니라 짐 캐리의 얼굴 연기였습니다. 눈빛 하나, 입모양 하나, 걸음걸이 하나까지 모두 만화 캐릭터처럼 표현하는데요. 요즘 배우들도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과장된 몸짓을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CG보다 배우의 연기에 더 감탄하게 됩니다.

특히 갱단을 골탕 먹이는 장면이나 경찰에게 쫓기면서도 능청스럽게 춤을 추는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웃음이 터집니다. 저도 이번에 다시 보면서 몇몇 장면에서는 예전처럼 소리 내서 웃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짐 캐리는 표정만으로도 사람을 웃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였습니다.

대사가 없어도 재미있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웃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더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마스크>는 영화보다 배우 한 사람의 에너지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티나 칼라일을 연기한 카메론 디아즈입니다.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화려한 미모는 물론이고, 코미디 영화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짐 캐리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이 만나면서 영화가 더욱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로 만들어지는 것 같네요 .


|  상상력

 

상상력, 현실이 되는 가장 유쾌한 순간

 

어릴 때는 그저 마스크가 갖고 싶었습니다.

 

'나도 저 가면만 쓰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초등학생이라면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음껏 뛰어다니고, 하늘을 날고, 싫은 사람에게 속 시원하게 한마디 해주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이 영화는 단순히 신비한 가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마스크는 스탠리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또 다른 모습을 꺼내 준 존재'였습니다.

평소에는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마스크를 쓴 뒤에는 거리낌 없이 해냅니다. 답답했던 현실을 유쾌하게 뒤집어 버리는 모습은 통쾌하면서도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마스크 같은 힘이 생긴다면 세상이 엉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가끔은 저렇게 마음껏 웃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스크>는 단순히 웃긴 영화가 아니라, 상상력이 얼마나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스크린 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고, 우리는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며 한참을 웃게 됩니다.

요즘처럼 현실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이런 영화가 더 반갑습니다. 복잡한 설정도, 어려운 메시지도 없습니다. 그저 두 시간 동안 마음껏 웃고 즐기면 되는 영화. 어쩌면 그 단순함이야말로 <마스크>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네요.


|  다시보기

 

우리 아이와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이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 웃음이 오래 남습니다. 머리가 복잡한 영화도 아닌데, 장면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괜히 혼자 피식 웃게 되는데요. 예전에는 ‘그냥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건 아이들이랑 같이 보면 진짜 좋아하겠다”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요즘 아이들은 볼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애니메이션도 화려하고, CG도 어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죠. 그런데도 <마스크>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단순하게 웃기는 힘'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짐 캐리의 연기는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인데요. 얼굴이 늘어나고 몸이 튕기듯 움직이는 과장된 표현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더 직관적인 웃음을 줄 것 같았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웃음이랄까요.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깔깔 웃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엄마 이 사람 왜 이래?” 하면서도 계속 웃고, 또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모습이요. 그런 순간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이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안전한 웃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웃음이 아니라, 상황 자체가 만들어내는 유쾌함이 중심이라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너무 좋을 것 같네요.


웃음은 결국 기억이 된다

 

<마스크>를 다시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웃음도 결국 기억으로 남는다는 점이었어요.

어릴 때는 그저 “재밌다!” 하고 끝났던 영화였는데, 지금은 그때의 제 모습까지 함께 떠오릅니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TV 앞에 앉아 있던 그 시간, 그리고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요.

지금 저는 그 기억을 다시 꺼내보는 느낌으로 이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웃음을 아이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보려고 합니다. 아이들 옆에서 같이 웃다가, 아마 저도 모르게 더 크게 웃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제가 웃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같이 웃게 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결국 <마스크>는 특별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한 웃음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 그리고 그 웃음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혼자 웃었던 영화였는데, 이제는 같이 웃고 싶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 변화 하나만으로도, <마스크>는 다시 꺼내 볼 이유가 충분한 영화가 아닐까요?